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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버지스, “시계태엽 오렌지”

영화 "케빈에 대하여" 가 떠오른다. 이유도 알 수 없고, 또 어떻게 해야할 지도 알 수가 없다. 별 것 아닌 농담처럼 내뱉어지는 잔인함. '충격'이라는 단어가 추임새 마냥 들러붙는 현재라 해도, "시계태엽 오렌지"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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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완벽한 세상. "멋진 신세계"는 완벽하다. 누구도 배를 곪지 않으며 부족한 게 없다. 인간관계는 철저하게 해체되어 쓸데없는 '감정의 소모' 때문에 걱정할 이유도 없고, 모든 것이 빈틈없이 관리되고 통제되어 범죄와 같은 일탈행위로부터도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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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불투명하다. 역자의 권유대로 연이어 두 번을 읽었으나, 솔직히 제대로 '보았는지'도 확신할 수가 없다. 감을 잡는다는 것.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감을 잡기가 힘든 소설이다. '아직도 전혀 감을 못 잡는구나, 그렇지? 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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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그래, 시인들이 나름대로 붙여준 이름으로 예찬하는 모든 여인들이 다 실제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 대부분이 그들 시의 주인공으로 삼기 위해 가공해낸 인물로, 이는 시인들 스스로를 사랑에 빠져버린, 그리고 사랑할 만한 용기를 가진 남자로 그려내고 싶어서였다.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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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 브레히트, “서푼짜리 오페라”

우리는 낡은 쇠막대로 구멍가게의 니켈 금고나 터는 소시민 수공업자들인데 대기업인들이 우리를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은행들이 버티고 있죠. 주식에 비하면 곁쇠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은행을 설립하는 것에 비하면 은행을 터는 게 무슨 대단한 일입니까?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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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파베세, “레우코와의 대화”

이상하게도 가까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에게서 멀어져야 하지. 그리고 보다 진정한 대화는 바로 모르는 사람끼리 우연하게 나누는 대화야. - 체사레 파베세 지음, 김운찬 옮김, "레우코와의 대화", '오이디푸스와 어느 거지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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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제목이 으스스하다. 그렇다고 '이 소설은 호러다!'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농담이 되겠고, '나'라는 존재, 더 나아가 소위 '우리' 혹은 '우리 나라'라고 말해지는 것의 정체, 김연수 작가의 진짜 관심은 그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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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유쾌한 영어 수다”

1977년 미국에서 열린 어느 사회학 학술 대회에서 '사랑'이 '애모되는 대상에 의해 야기되는 애모하는 감정의 상호성에 관한 강제적이고 강박적인 공상을 특징으로 하는 인식적이고 감정적인 상태'라고 규정했다. 이런 식으로 삽을 '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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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8개의 단편, 혹은 변주. 똑같은 소설을 8번 읽은 것만 같다. 오정희의 "유년의 뜰"이 여성의 시간을 변주하듯, 제임스 조이스의 " 더블린 사람들 "이 더블린의 공간을 변주하듯, 토마스 만의 중단편들을 모아놓은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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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 “적의 화장법”

일단은 속도감이 압권이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을만한 분량, 아멜리 노통브 특유의 뻔뻔스러우면서도 툭툭 던지는 말투는 오로지 두 사람의 대화로만 이루어진 단조로운 구성이라는 사실조차 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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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볼라뇨, “칠레의 밤”

나이가 들어 죽음을 눈 앞에 둔 노인의 읊조림. 두서없는 말이 마치 기억의 곳곳을 해부하듯 끝도 없이, 나직하게 이어져간다. 그저 마치 "내가 왕년에는 말이지"로 시작되는 나이 드신 분들의 향수인 것만 같았던 이야기는, 어느샌가 역사의 그늘로 감추어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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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 “침묵”

엔도 슈사쿠의 "침묵"은 헨릭 시엔키에비스의 "쿠오바디스"를 떠올리게 한다. 로마에서 일본으로, 기독교 태동기에서 17세기로 박해의 순간만이 달라졌을 뿐이다. 마치 베드로처럼 "침묵"의 로드리고 신부도 기꺼이 죽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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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국, “순교자”

거짓말 위로 쌓여진 희망. 6월 25일은 전쟁의 상흔을 기리는 기념일이 되었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살아남은 자들 역시 점차로 사라져간다. 그 때 그들은 무엇을 위해 죽어야만 했고, 또 살아남아야만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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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 “오늘의 거짓말”

결론부터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곧 "오늘의 거짓말"이다. 예쁘장한 일러스트 표지 뒤로 숨겨진 10편의 단편은 아주 예리한 칼날처럼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손끝을 베는 듯 아프기만 하다. 어찌나 잔인할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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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포 시즌스 Four Seasons 의 'Big Girls Don't Cry'란 노래가 귓전에서 아른거린다. 발랄하고 경쾌하고, 왠지 코웃음이 나오는, 잠에서 억지로 깨어나야 하는 출근길에 마시는 커피같은 이야기.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건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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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

중국과 파키스탄의 접경을 이루는 인도 히말라야에 위치한 라다크. "오래된 미래"는 거의 20여년에 이르는 세월동안 관찰된 라다크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단순한 과거의 사실로 머무르지 않는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세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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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프레데릭 블랑, “잠의 제국”

"잠의 제국"은 '잠을 자고 싶다면 잠을 자라!'는 단 한 줄로 요약가능하다. 이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당연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가는 배를 타고 잠의 제국이라는 신세계를 향해 항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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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배스천 폭스, “새의 노래”

"새의 노래"는 느리다. 마치 지리하게 끝나지 않을 듯 이어지던 제1차세계대전의 참호전의 호흡을 그대로 재현하기라도 하려는 듯, 무척이나 느린 템포로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호흡이 소설의 전반을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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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밤삘로프 외, 러시아 현대 희곡 1~3

아주 낯선 이들에 대한 6편의 희곡선. 아마도 이 작품들의 가장 큰 매력은 나 스스로가 지닌 무지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붉은 모스크바, 하얀 시베리아의 겨울, 저주받은 궁전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6명의 작가들은 러시아에서 살아간다는 것,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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