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제국"은 '잠을 자고 싶다면 잠을 자라!'는 단 한 줄로 요약가능하다. 이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당연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가는 배를 타고 잠의 제국이라는 신세계를 향해 항해에 나선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단순한 화두. 하지만 조금만 자신의 삶을 둘러보면 이 당연한 이야기가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명종과 함께 시작되는 아침, 커피와 함께 잠을 내쫓는 것으로 현대의 하루는 시작된다.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면서도 틈틈히 잠을 내쫓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수험생이라든지 이것저것 해야할 일이 많은 많은 직장인들은 각성제의 도움을 받아야 될 때도 있다. 오후에는 각종 원기회복제, 피로회복제가 불티나듯 팔려나가고, 저녁식사를 마친 저녁이 되어서도 무언가를 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적게 자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위에선 잠을 많이 자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조언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오고, 때로는 잠을 자는 시간이 아까워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 역시도 간간히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잠의 제국"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한 신대륙이다. 어느샌가 마치 금이나 각종 귀금속과 같은 사치품의 하나가 되어버렸기에, 인간의 의식 안에 자리잡은 또 하나의 정복지에 다름아니게 된다. 마치 곡괭이로 금을 캐듯, 잠은 수면제로 캐내어질수 있다. 불면증은 잠에 대한 빈곤상태가 되고, 수면제로 열심히 캐낸 잠의 축적은 정신치료사와 제약회사의 재화로 쌓여진다.

"하지만 보십시오. 우리 사회는 전력 투구하여 잠의 장애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자아에 사로잡혀, 내적인 삶이 사소한 이해타산으로 축소되어 버린 유령 같은 인간들이죠. 자아를 잊을 수가 없고 따라서 사랑할 줄 모르는 산송장들입니다.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지도 못하니, 그들은 더 이상 사는 게 아니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거죠."
- 앙리 프레데릭 블랑Henri-Frederic Blanc, "잠의 제국L’Empire du Sommeil", 임희근 옮김, 열린책들, p.207-208

'잠을 자고 싶다면 잠을 자라'는 이 당연한 이야기는 달리,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인은 잠을 자고 싶어도 참아야만 한다.

잠을 자고 싶어도 잠을 잘 수가 없는 세계. 이러한 별것아닌 자유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사회가 정말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는지, 앙리 프레데릭 블랑은 위트있는 어조로 따끔한 질문을 날린다. 자유라는 용어가 전에 없이 남발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원 없이, 알람 없이, 누군가의 잔소리없이, 잠잘 수 있는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