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곧 "오늘의 거짓말"이다.

예쁘장한 일러스트 표지 뒤로 숨겨진 10편의 단편은 아주 예리한 칼날처럼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손끝을 베는 듯 아프기만 하다. 어찌나 잔인할 정도로 평범한 삶이라는 것을 헤집어놓는지, 서울이란 도시에서 2012년을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이 곧 거짓인 것처럼 느껴진다.

비도 안 오고 바람도 불지 않고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는 날씨. 특이한 데라곤 전혀 없이. 인생도 그렇게 잔잔히 흘러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 "오늘의 거짓말", '빛의 제국', 문학과 지성사, p. 199-200

정이현 작가는 평범하다라는 단어 하나만을 집요하게 공격한다. 좋게 보면 현실적이고, 나쁘게 보면 속물적인 대사들이 끝없이 쏟아져나온다. "나"의 평범한 날들이 그냥 그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소박한 바람들, 그렇기에 살아가면서 거의 언제나 듣고 말하기를 반복하고, 해야만 하는 그런 말들. 그리고 어느샌가 그러려니 하는 체념으로 굳어져버린 스스로와의 타협들.

치졸하다. 세상은 그런거야라고 끝없이 되내이던 자기최면이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지갑을 깜빡 잊고 집을 나서는 사소한 실수 때문에, 허무하게 깨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