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파키스탄의 접경을 이루는 인도 히말라야에 위치한 라다크.

"오래된 미래"는 거의 20여년에 이르는 세월동안 관찰된 라다크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단순한 과거의 사실로 머무르지 않는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세세한 손길로 라다크의 현재와 미래마저 기록해낸다.

이렇다 할 컬러풀한 화보는 커녕, 흑백사진조차도 드물지만, "오래된 미래"는 다큐멘터리의 영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아니 어쩌면 여행을 통해 직접 보게 될 풍경보다도 생생하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히말라야의 풍경, 라다크의 전통, 그리고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과 마주한 대화는 물론이고, 라다크에서 지내며 그녀가 느꼈던 모든 생각과 감정들의 흐름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히말라야 기슭으로 스며드는 현대의 서구문명의 그림자로 인한 라다크의 변화를 통해 그녀는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하나 던져놓는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가요?'

"나는 어느 마을에서 카메라와 사탕과자와 펜으로 무장한 한 무리의 여행자들이 주민들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았다. 초록색, 빨간색, 파란색으로 휘황찬란하게 차려 입은 그들은 순진한 마을사람들의 얼굴에 한 마디 말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더니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나섰다. - 분노한 관광객, 1991년
- "오래된 미래", 'Chapter 9 화성에서 온 사람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중앙books, p. 185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점차 서구문명이 스며들고 점차 도시화되어가는 라다크를 지켜보며 현재의 서구문명이 지닌 모든 병폐들을 발견해낸다. 획일화된 시멘트의 공세와 제어력을 잃어버린 급속한 인구팽창, 변화가 불러오는 세대간의 단절, 그리고 유대감을 잃어버린 사회, 그에 발맞추듯 암이나 정신병처럼 더욱 위험하고 광범위하게 진화된 질병들, 어디에서든 똑같은 의복, 똑같은 음식, 똑같은 주거로 획일화되어가는 정체성, 그리고 과거에 대한 부정, 자존감의 상실, 만연한 냉소와 무관심, 실직, 범죄, 미래에 대한 불안, 기타 등등...

"오래된 미래"는 현대문명을 지탱하는 신념들을 근본부터 뒤흔들어 놓는다. 왜 꼭 문자로 기록되어 있는 것만을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인지, 왜 꼭 사람이 독립적으로 살아가야한다고 믿는 것인지, 감성의 풍요, 문화의 풍요, 공간의 풍요가 과연 돈만으로 해결가능한 것인지, 그리 두껍지도 않은 이 한 권의 책은 각종 공해를 견뎌내며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그만 마음의 위로조차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문명의 실제에 대한 질문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