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묵시록, 혹은 계시. 빈 방 안을 가득 매우는 한 여자의 목소리. 코르네이유(Pierre Corneille)의 "오라스(Horace)"로 기원하는 로마의 멸망. 그리고 이어지는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루쿨루스 심문(The Trial of Lucullus)"으로 추궁하는 로마 영웅의 생애. 마치 망자의 목소리처럼 울려퍼지는 코넬리아 게이세르(Cornelia Geiser)의 음성은 로마의 영광 아래 짙밟힌 패배자들과 죽은 병사들,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를 차례로 불러일으킨다. 마치 영원처럼 반복되는 3번의 시퀀스. 과거에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타인의 불행으로 영광을 탐하는 이는 언제나 있어왔고, 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