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 상영작들은 둘째날에 버금갈 정도로 만족스러웠네요. 차분한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답니다.

색상구분 : 작년 EIDF개봉작 / 베스트


<나는 경제저격수였다 (Apology of an Economic Hit Man, 2008)>

<그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 (A Place Without People, 2009)>
<소리 없는 노래 (Song of Silence, 2009)>
<달팽이의 별 (Planet of Snail, 2010)>
<남자의 초상 (Portrait of a Man, 2010)>
<쓰레기의 꿈 (Garbage Dreams, 2009)>

둘째날과 같은 말로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베스트로 <그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와 <달팽이의 별>을 꼽았지만, 역시나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예요. <그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아프리카의 야생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부셔놓았답니다. 저도 사진을 찍으며 작업을 해나가기에, 카메라의 폭력성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어요. <푸지에>에 깊은 감동을 받으셨다면 적극 권해드리고 싶구요, <그리즐리 맨>이나 둘째날의 <범고래 루나 구하기>가 흥미로우셨다면 역시 관심을 가져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달팽이의 별>의 한 장면

<달팽이의 별>은 전반적으로 잔잔했던 오늘 상영작 중에서도 가장 잔잔했던 작품이었어요. 가뭄에 콩나듯 나타나는 국내다큐멘터리였기에 더욱 기대도 되었었구요. <달팽이의 별>은 으레 장애우를 다룬 작품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하는, 우울 아니면 희망으로 압축되는 기존의 작품들과 확실히 차별성을 보여줬답니다. 감독 스스로가 느낀 감동이 자연스럽게 전해져들어오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소리 없는 노래> 같은 경우는 정말 의외의 수확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청각장애가 있는 부모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고픈 소년의 순수한 마음이 따뜻했던 작품이었답니다. 짧고 간결한 편집도 좋았구요. 한 남자가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는 과정을 담은 <남자의 초상>은 다소 사적이긴 하지만, 상처를 공유하고 주변인들과 함께 치유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네요. <쓰레기의 꿈>은 이집트 카이로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마을의 모습에서 자본보다도 편견의 무서움을 더욱 절실히 느껴야했답니다. 아이들의 꿈을 통해 마을의 변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것도 인상 깊었어요.

어느덧 한 주가 끝나가네요. 더불어 EIDF도 막바지로 향해가고 있어요. -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