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이로에선 쓰레기를 수거하며 살아가는 마을이 있다. 하지만 마치 진창과도 같은 풍경을 기대한다면 완전히 잘못이다. 비록 생활형편은 좋지 않지만, 이들 자발린들이 손수 모으고, 분리하고, 다시 재활용하는 쓰레기들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전문적으로 처리된다. 맡은 일에 따라 전문적인 분업체계가 갖춰져있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세운 직업학교에선 아이들에게 체계적으로 기술을 전수하고, 때에 따라 유럽으로 연수를 보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외국의 쓰레기처리회사와 새로이 계약을 맺은 카이로의 변화 앞에서 위기에 빠진다. <쓰레기의 꿈 (Garbage Dreams, 2009)>은 3명의 아이를 중심으로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는 쓰레기촌의 풍경들을 화면 속에 담는다. 자신들의 전문성을 믿고 희망을 잃지 않던 자발린들은 점차 시간이 갈수록 사라져가는 쓰레기에 생계의 곤란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언젠가 공장을 짓겠다던 아이는 희망을 잃어버리고, 또 어떤 아이는 쓰레기처리회사에 취직을 하며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간다. 자본을 앞세운 대량생산이 장인들의 수공업을 무너뜨린 역사는, 쓰레기라고 해서 그리 다르지 않다.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되어 일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누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