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과연 관타나모 폐쇄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한 뉴스를 보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관타나모는 911테러와 이라크 전쟁의 상징이며, 동시에 부시 행정부의 인권탄압의 핵심에 있었다. 미대선 당시에도 관타나모는 여러차례 이슈가 되었으며, 오바마의 당선 이후에는 폐쇄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The Road To Guantanamo)>은 전쟁의 이면에 꼭꼭 숨겨졌던 잔혹한 진실을 찾아가는 다큐멘터리적 영화이다.

영국에서 살고 있는 네 명의 파키스탄계 청년들은 젊은 날의 객기를 마음껏 누리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 한 명이 결혼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가게 되고, 나머지 세 명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이 여행에 동참한다. 청년들은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지나치기로 한 순간부터 이들의 여행은 꼬이기 시작한다. 미군의 공습으로 인해 황폐화된 도시. 청년들은 일행 중의 한 명을 잃어버리고, 나머지 3명은 다른 아프가니스탄인들과 함께 포로로 연행된다. 자신들은 영국인이라고 해명하지만 조사를 담당한 군인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테러용의자로 몰린 청년들은 관타나모로 보내지게 된다. 모든 자유와 권리를 박탈당한 채 2년이 지나서야 이들은 드디어 풀어날 수 있었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으며, 한 때는 자유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졌던 미국. 하지만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부시의 성전 뒤에 숨겨진 인권탄압의 현장을 사실감있게 잡아낸다. 감금당한 청년들이 겪는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이 영화를 너무 작게 해석하게 되는 것 같다. 대신 미국의 수많은 부조리한 점들을 요목조목 꼬집어내며 희화화했던 드라마 <보스톤 리걸(Boston legal)>에서 앨런 쇼어(Alan Shore, 제임스 스페이더; James Spader)가 관타나모에 대해 언급한 것을 인용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우린 사람을 고문합니다, 무한정 가둬 두죠. 많은 경우에 증거가 없으며, 재판도, 변호사도 없습니다. 우스운 노릇이죠. 그러다 마침내 죄수들이 자살할 지경에 이르면 그걸 두고 "교묘한 자해 행위" 내지는 "미국을 상대로 한 비대칭 교전 행위"라고 합니다. 전부 다 우습죠. 아주 우스워요. 우리가 이걸 두고 속 시원히 웃지 못하는 까닭은 이런 관타나모의 술수가 가까운 곳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권리가 침범당한다는 것은 자신의 권리가 침범당할 수도 있다는 예고이다. 이것이 바로 관타나모가 기억되어야만 하는 이유이다. 다음 리뷰에서는 관타나모보다 더욱 잔혹한 정치적인 이슈를 다룬 실화영화를 다루고자 한다.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관타나모, 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