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와 강아지 이야기(マリと子犬の物語, 2007)>는 지진이 일어난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작품은 너무나도 동화같아서, 실화라는게 정말로 다행스럽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사람과 개(마리) 사이의 우정이 중심테마이며, 마리는 '희망'이라는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생명으로써 가지는 의미 이상의, 존재와 존재 간의 만남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흔히 현대라는 수식어 뒤에는 각박한 삶이라는 수식어가 붙듯이, 이 작품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존재로써의 순수한 감정에 상당히 충실하게 보여주기 때문일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머니를 잃은 두 남매 료타(히로타 료헤이)와 아야(사사키 마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유독 사이가 좋아보이는 남매의 뒤를 버려진 강아지 한 마리가 따라온다. 둘은 강아지의 귀여운 모습에 키우고 싶어하지만 아버지(후나코시 에이이치로)는 강아지라면 질색을 하는 분이다. 남매는 강아지에게 마리라는 이름을 주고, 뒷동산에서 몰래 키우기 시작한다. 이들은 할아버지(우츠이 켄)에게 부탁해 아버지를 설득하기로 하고, 아버지는 아이들의 청에 마지못해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 시간이 흘러 마리는 세 강아지의 어머니가 되고, 마리와 가족들은 서로를 보살피며 지낸다.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마을에 큰 지진이 찾아온다. 집 안에 있던 할아버지와 아야는 집이 무너져 그 안에 갖히게 되고, 마리는 필사적으로 이들을 구해내려 한다. 마침내 구조대가 찾아와 할아버지와 아야는 구출되어 안전한 장소로 보내지지만, 마리와 세 마리의 강아지들은 그대로 집에 남겨지게 된다. 마리를 대피처로 데려오고자 하는 아야. 두 남매는 어른들 몰래 마리를 찾기 위한 집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마리와 강아지 이야기>는 일본이 자연에 대해 가지는 특유의 감정이 잘 나타나는 작품이다. 삶의 터전이며 희망의 장소가 되는 자연의 모습과 지진, 헤일 등 각종 자연재해에 자주 노출된 탓으로 가지게 된 공포의 대상으로의 자연을 이중적으로 묘사한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에 대한 일종의 경외감이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베어들어 영화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마리는 하나의 상징으로 작용하며, 어떤 한 존재에 대해 이 정도의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주요 감상대목이 될 수 있겠다.

마리를 되찾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희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체념할 수 없는 희망이기도 해서, 순수하게 희망만을 보고 달려가는 남매의 모습에서 절박함이 느껴지고, 또한 그것이 이 작품을 더욱 더 아름답게 채색해준다. 마리를 찾아가려 할 때 그 앞을 막아서는 아버지를 향해 료타가 던지는 한 마디는 너무도 묵직하여 필자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아빠, 어쩔 수 없는 일이, 앞으로도 많이 있다고 했지. 어떻게도 안될 일이 많이 있다고 했지. 그래도, 싫어! 그러니까 나는 갈꺼야. 꼭 갈꺼야!"

이미 체념해버린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고 부러워하고, 그 아이들을 통해 또 다른 희망을 꿈꾸는 것은 오늘내일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