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버마(미얀마)를 강타한 태풍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애써 일궈놓은 밭은 모두 엉망이 되고, 집과 재산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부모는 아이를, 아이는 부모를 잃은 슬픔에 잠기고, 어떤 마을에선 단 한 사람만이 살아남아 허망하게 하늘을 바라본다. 심한 상처를 입은 아이는 누구 하나 손 쓸 힘도 없이 방채된 채 거리를 떠돈다. 썩어버린 밥에서는 악취가 풍기지만 배를 채우기 위해선 그나마라도 먹어야만 한다. 무책임한 정부는 입으로만 최선을 다하고, 태풍이 쓸고간 자리에 찾아온 장마는 다시금 삶을 재건하는 사람들의 손길을 짓누른다.

태풍 나르기스에 의해 피해입은 사람들의 눈빛에선 묵묵한 적의감이 감돈다. 그건 태풍에 대한 분노일수도,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일수도, 혹은 망가져버린 자신들을 카메라 안에 담는 이들에 대한 분노일 수도 있다. 끔찍했던 밤에도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남은 건 끝나지 않는 재앙 뿐이다. 완전한 절망. 어떠한 할 말도 잃어버린 채 마음마저 잃어버린 사람들. 억지로 억누르던 눈물이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기도 안에서 무겁게 떨어져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