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아빠와 그의 커버린 아들.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던 아들은 어느덧 20대의 청년이 되어 사사건건 아버지에게 시비를 걸고 반항을 한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컴퓨터 화면에서 눈도 돌리지 않는 아들은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아버지의 바람을 시큰둥한 대답으로 날려버린다. 이에 실망한 영화감독은 엉뚱한 생각을 한다. 나도 저 때는 저렇게 삐딱했을까하는. 그리고는 찾아낸 20대에 썼던 일기장. 그는 아들과 화해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2010년 EIDF 초청작 "딸에게 보내는 편지 (The Kids Grow Up, 2009)"처럼 영화감독으로써 부모이기도 한 자신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소재답게 귀엽고 소소한 재미로 이어진다. 아들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화면에다 풀어놓는 교묘한 복수(?), 꼰대로써 이래저래 충고하고 싶은 말들을 애써 화면으로 돌려놓는 소심함(?) 등은 부모들에게 자기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나 부모들의 잔소리가 이해가 가면서도 그 시달림은 어쩔 수가 없는 자식들이라면 화면 속의 나름 자제심 넘치는 아버지가 부러워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