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츠 판 다이크의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에서의 언급 때문에 보게 된 작품.

1839년 노예무역선 아미스타드호의 반란.

서아프리카에서 쿠바로 끌려와 스페인인들에게 노예로 끌려가던 흑인들은 족쇄를 풀고 뛰쳐나와 선장을 살해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반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고향으로 향하는 길은 그렇게 쉽게 열리지 않았다. 흑인들에게 포로로 잡혀 배를 운항하던 선원들은 몰래 배의 방향을 미국쪽으로 돌렸고, 결국 미해군에게 포착된 아미스타드호의 흑인들은 미국법정에 의해 폭동과 살인죄로 기소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진 3여년간의 법정공방.

루츠 판 다이크가 유일하게 성공한 노예폭동의 사례로 언급하는 아미스타드호 사건은 노예제도를 둘러싸고 남북 간의 갈등이 고조되던 당시 미국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시에라 리온의 흑인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자유를 말하는 인상적인 변론으로 더욱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이다. 영화 "아미스타드"는 길고도 길었던 식민지역사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투쟁의 기록을 열어보인다.

하지만 영화로 보는 아미스타드의 이야기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 마치 동물을 대하듯 옷도 입혀놓지 않은 나신의 흑인들을 가혹하게 다루는 충격적인 선상 장면 외에는 사실 이 작품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건 꼽기가 어렵다. 느린 호흡이 주는 지루함 정도는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아프리카 음악을 간간히 배치한 것 이외에는 아주 철저하게 미국적 시각에 충실할 뿐더러, 지나치게 감동을 강요하는 무수한 장면들은 너무 많은 감동으로 눈과 귀를 피곤하게 한다. 특히나 스페인 왕가를 우스꽝스레 묘사한 부분이라든지, 성경 속 그림을 통해 흑인과 백인 사이의 교감을 묘사한 장면 등은 특히나 백미라서, 배의 이름을 제목으로 붙인 또 한 편의 영화 "타이타닉"과 함께 개봉되었던 불운으로 인해 흥행도, 수상도, 주목도마저도 밀린 게 어쩌면 스티븐 스필버그 본인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미스타드의 반란은 기억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영화 "아미스타드"가 기억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혹시라도 소재에 대한 흥미로 인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또 다른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