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스터"는 위험하다. 하이틴부터 SF까지 각양각색의 미드의 세계 속에서 '이건 진짜 19금인데'라는 느낌을 주는 미드는 아마도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경찰에서 일하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가 주인공이라는 것부터 일단 압권이다. 오프닝부터 마치 80년대의 가정용품 내지는 세제광고를 연상시키는 따뜻한 화면에, 마이애미라는 배경을 한껏 살려주는 히스패닉의 리듬감, 살인이라는 재료 자체에서 슬며시 이끌어내는 느와르적 향기, 그리고 여기에 간간히 양념처럼 더해지는, 지독히도 인간적인 유머는 정말 치명적이다.

게다가 나름 원칙적이기까지 하다. 주인공 덱스터는 자신이 잡힐 위험이 있지 않은 이상, 정당성 없는 살인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싶어한다. 살해당하는 사람이 죽어야 할 이유를 찾기 위해 치밀하게 조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정말 쿨하다. 이런저런 소심함이나 혹은 민감한 감정 따윈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보니 위기가 지나가고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면 더 이상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장난기 어린 미소 속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껴보고 싶어하는 공허감이 느껴질 때면, '이건 정말 진짜로 19금인데'라는 생각을 떠나보낼 수가 없어진다.

"덱스터"는 정말 위험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만큼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 따라하지 말자!라고는 말해둬야 할 것 같다. 어떤 걸 보고 이런 말을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해보지 못했었지만, 분노 조절이나 인내심만으로는 제정신을 점점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세월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