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올해의 EIDF도 끝나버렸네요 -_ㅠ 정말 우울한 작품들로 마무리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음악으로 마무리되었답니다.


색상구분 : 기개봉작 / 베스트 / 워스트 / 문제작


"내 안의 삼바 The Samba Within Me"
"팔렌케 사람들 People of Palanque"
"몬터레이 팝 Monterey Pop"
"어느 드러머의 꿈 A Drummer’s Dream"
"아바타와 나 My Avatar and Me"
"내 별자리를 찾아서 Position Among the Stars"

첫 작품 "내 안의 삼바"부터 브라질 삼바 리듬으로 향한 여정이었어요. 삼바하면 흥겹고 열정적인 리듬 아래 마음껏 춤을 추는 풍경들만 상상하곤 했었는데요, "내 안의 삼바"는 삼바 리듬의 이면에 담긴 브라질의 일상을 드러내어주는 작품이었죠. 말 그대로 달동네에다, 폭력과 마약 등도 낯설지 않은 동네의 곳곳을 담아내는 감독의 시선에서 그저 삶을 불행으로만 해석하려한다든가, 아니면 정반대로 행복으로만 해석하려는 과장 같은 건 전혀 엿볼 수가 없었어요. 때론 힘들고 고단하기도 하고, 또 때론 흥겨운 음악에 웃음짓기도 하는, 소박한 삶의 모습이 인상깊은 작품이었답니다.

"팔렌케 사람들"도 콜롬비아의 한 해방노예들의 마을에 간직된 전통음악에 대한 이야기였네요. 구전으로 이어내려오는 그들만의 특별한 노래들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답니다. 하지만 현대문명이 조금씩 스며들어가는 마을의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전주에서 보았던 "빌라리뉴 다스 푸르나스"가 떠오르기도 했었는데요, 부디 전통문화의 끈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서 이 작품이 마을의 사라져가는 풍경을 담은 마지막 기록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네요.

"몬터레이 팝"은 영화제의 시작을 열었던 "오후 한 시"의 리차드 리콕 회고전의 마지막 작품이었죠. 회고전에 초청되었던 작품들이 모두 그랬듯 음악 다큐멘터리인 "몬터레이 팝" 역시 역사적인 의미로 가득한 작품이었네요. 사랑과 평화의 노래를 부르며 꽃을 들고 총과 폭력으로 얼룩진 기성세대에 저항하던 당시의 분위기를 보는 내내 찾아볼 수 있었어요. 마마스 앤 파파스부터 지미 헨드릭스에 이르기까지, 올드팝 팬이라면 1967년 음악축제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영상에 물밀듯 밀려오는 향수를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 별자리를 찾아서"의 포스터

"어느 드러머의 꿈"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곱 명의 드러머가 선생님이 된, 아주 특별한 학교에 대한 작품이었어요. 캐나다의 한적한 오두막에서 자연을 벗삼아 울리는 드럼 연주는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더 이상 드럼을 보기 싫다며 배를 타고 땡땡이를 치다가도 드럼 앞에만 앉으면 사뭇 눈빛이 달라지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인상깊기도 했구요, 또 평생을 리듬과 함께 살아온 그들이 저마다 펼쳐내는 음악에 대한 철학들이 즐거운 영상 아래 꽉꽉 눌려담겨있기도 했답니다.

"아바타와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세컨드라이프'라는 온라인 RPG 게임에 빠진 영화감독이 펼쳐내는 특이한 체험담이었죠. 조금씩 게임 속 아바타에 빠져들어가며 점차 폐인이 되어가는 감독의 모습을 매우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었어요. 급기야는 여자친구에게도 버림받고, 현실과 가상이 구분이 점차 모호해져가는 과정을 생소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구성이 특히나 돋보였답니다. PC방 불을 끄고 공격성을 실험하는 어처구니 없는 광경만 보다가 "아바타와 나"를 보니, 이 유쾌한 작품이 무척 진지하게 느껴지네요.

EIDF2011의 마지막 상영작 "내 별자리를 찾아서"는 작년 대상수상작 "집으로 가는 기차"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답니다. 세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인도네시아의 한 가난한 가족의 삶이 담겨져 있었는데요, 가족의 삶을 통해 인도네시아 사회의 전반적인 조망을 담아내려는 감독의 폭넓은 시각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어요. 서구문물이 조금씩 유입되고 있는 거리는 마치 한국의 60년대에 멀티플렉스와 아이폰이 뚝 떨어진 풍경을 상상해보게 했죠. 가스레인지조차도 신기술이라며 낯설어하는 할머니와 컴퓨터나 휴대폰을 필수라고 생각하는 손녀, 이슬람을 믿는 삼촌과 또 기독교를 믿는 할머니, 오밀조밀하게 골목길 양쪽을 집으로 가득메운 빈민가와 아이스링크나 영화관, 갖가지 상점으로 들어찬 현대식의 거대한 건물 간의 메울 수 없는 거리를 느낄 수 있었어요. 똑똑한 손녀를 어떻게든 대학에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할머니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네요. '네가 우리를 탈출시켜줄 희망'이라며 격려(?)하시지만, 성장한 아이는 바로 그 가족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할지도 모를 일이겠지요. 감독이 가족들과 함께 12년간을 함께 지내며 제작한 세 편의 작품 중에서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네요. 앞선 작품도 볼 수 있는 기회가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EIDF2011 수상작


페스티벌초이스 대상 : "마라톤 보이 Marathon Boy"
교육다큐멘터리 대상 : "월드 클래스 키즈 World Class Kids"
다큐멘터리 정신상 : "그린 웨이브 The Green Wave"
심사위원 특별상 : "성 The Castle"
유니세프 특별상 : "잘 지내니 루돌프 How Are You Doing, Rudolf Ming?"
시청자상 : "마라톤 보이 Marathon Boy"

오늘은 폐막식과 함께 EIDF2011의 수상식도 있었답니다. 유쾌하고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작품에 애착을 보였던 저와는 달리, 심사위원이나 다른 관객분들은 조금 더 진지한 화두를 던진 작품들에게 영광을 안겨주었네요. 올해는 정말 풍성하고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템바:희망"이 수상권에 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었는데, 역시 너무 좋은 작품이 많았군요. -_ㅠ 워스트로 꼽았었던 "마라톤 보이"가 2관왕의 영광을 차지하며 잠깐 얼굴을 붉히게도 했답니다. 보고나서 계속 다시 생각나는 작품이기는 했었어요. "허영의 불꽃"이 떠오르기도 했었구요. 어쨌든! 올해 제작지원금을 받으신 세 분의 감독님들도 내년 좋은 작품 기대하구요, 수상작의 감독님도 모두 더 좋은 작품으로 다시 찾아오셨으면 좋겠네요. :) 참고로 대상수상작들 "마라톤 보이"와 "월드 클래스 키즈"는 다음주 월요일, 화요일 저녁 10시 40분에 각각 재방영이 예정되어 있답니다.

아참, 그리고 마지막으로 극장상영작을 보니 국내다큐가 상당히 많았었네요! TV로도 국내작품을 더 보고 싶었었는데 말이죠 -_ㅠ... 특히나 어제 상영 직전에 돌연 방송부적합 판정으로 방영이 취소되었던 "잔인한 계절"은 다시 한 번 유감스런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전!혀! 없을 것 같은데,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사건이었어요. 여성부도 돌연 방송부적합으로 무더기 징계를 내리더니, 요즘은 방송부적합이 유행인가봐요. 혹시나 술 마시는 장면이 나와서 그런건가요? -_-^ 흠! 또 어쨌든! 짧게 쓰려고 했던 기나긴 감상기도 이제 끝이네요. 여러모로 보다 나아진 내년을 기대해봅니다!




EBS 국제다큐영화제 (EIDF2011) 전체감상기 / 주요추천작


마지막 날 감상기 + 총정리 : "내 안의 삼바", "아바타와 나", "내 별자리를 찾아서"
6일차 감상기 : "사운드 라이크 레볼루션", "황혼 금메달", "태양 아래 흐르는 소리"
5일차 감상기 : "달콤한 농담"
4일차 감상기 : "그린 웨이브", "성"
3일차 감상기 : "하녀와 주인", "이템바:희망"
2일차 감상기 : "썬더 소울", "은밀한 즐거움"
1일차 감상기 : "오후 한 시", "리틀 보이스"

극장상영작(국내작) : "트루맛쇼 The True-taste Show", "오월愛(애) No Name Stars", "종로의 기적 Miracle on Jongno Street", "신들의 땅, 앙코르 The Land of Gods, Angkor (3D)", "잔인한 계절 Cruel Season"

극장상영작(해외작) : "수증기에 맺힌 인생 Steam of Life", "정복자 독두꺼비 Cane Toads: The Conquest (3D)", "두 명의 에스코바르 The Two Escob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