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을 든 소녀. 학교나 집에서 멜레는 다른 여느 아이들과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작업실에 들어가는 순간, 소녀의 눈빛엔 사뭇 진지함이 감돈다. 나무를 베어오고, 전체적인 구상을 짜고, 직접 다듬고 형태를 완성시켜가는 조각의 과정. 바쁘게 손길을 움직이는 와중에도, 세심하면서도 단호한 눈길에선 한치의 잘못도 허용하지 않는다. 어느덧 소녀의 키의 2배가 훌쩍 넘던 나무는 제 모습을 드러내어, 꼬마예술가에겐 자신감을 안겨주고, 병원의 아이들에겐 병마를 이겨내는 희망이 된다. 소녀의 열정, 묵묵히 지켜봐주는 어른들, 소녀를 지도해주는 선생님 등 멜레가 지닌 재능보다도 차분히 자라나는 꿈의 모습이 더욱 빛나보인다.


<하늘과 땅 사이>, <춤이 좋아>, <소년야구단> 등과 맞닿아있는 아이들에 관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