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되어버린 3주간의 여행. 밴쿠버 섬 누카해협에 낯선 손님이 찾아온다. 무리를 잃어버린 한 마리의 범고래, 루나는 아름다운 풍광이 드리워진 어촌마을과 마치 운명과도 사랑에 빠진다. 처음엔 호기심이었고, 그 다음엔 두려움이었다. 루나와 순수한 우정을 나누던 마을사람들. 하지만 인간과 야생을 가로막는 벽은 생각 외로 높았다. 어떤 사람들은 배의 진로를 가로막는 범고래에게 분통을 터트린다. 과학자와 정부는 인간이 야생에 끼칠 나쁜 영향을 우려하며 각종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다.

<그랑 블루(Le Grand Bleu, 1988)>만큼, 혹은 그 이상 짙은 푸른빛을 발하는 놀라운 기록. 때때로 차분하게 드리워진 나레이션이 야속할 정도로, 인간과 범고래가 나누었던 3년간의 교감은 깊은 울림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이 나타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내는 범고래, 그런 기이한 친밀감이 당황스럽기만 한 과학자들, 그리고 기꺼이 정부의 제재에 맞서 친절한 납치극(?)까지 펼치는 마을사람들. 인간과 자연 사이의 넘지 말아야 할 벽은 과연 언제부터 존재했었던 것일까. <범고래 루나 구하기 (Saving Luna, 2007)>는 벽을 넘어서고자 했던 이들의 시간을 조심스레 펼쳐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