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20년. 1988년 구 동독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외치며 베를린 장벽 앞으로 모인다. 이념으로 갈라졌던 세계가 하나로 모이고, 희망을 이야기하던 시절. 한 극장에선 하이너 뮐러의 연극을 위해 각종 갑론을박과 캐스팅 작업이 이루어 지고, 극장 밖에선 정부청사 앞에 모인 동독의 시민들이 부패한 공산당의 몰락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2008년, 이제는 성인이 된 아이들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부모들이 다시금 극장 안에 모인다. 영화가 상영되고 즐겁던 분위기는 갑자기 차가워지며 난데없는 싸움이 일어난다. 20년이 지난 현재, 극장의 벽이 아이와 부모들 사이를 갈라놓는다.



토마스 하이제(Thomas Heise)는 자신이 태어나고 평생동안 바라봐온 구 동독 베를린에 대한 두서없는 기억들을 여과없이 펼쳐놓는다. 새로운 희망을 말하던 시민 앞에서 자제를 요청하는 정치인에 대한 기억. 퇴진이나 해체라는 말 대신 개혁이라는 단어를 고집하던 정부각료들에 대한 기억. 부당한 법률로 인해 뭇매를 맞던 교도소의 움츠러든 교도관들과 당당한 죄수들에 대한 기억. 힘겹고 희망없는 삶에 지쳐 머리를 밀고 무작정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스킨헤드들에 대한 기억. 아놀드 하우저(Arnold Hauser)는 말한다. '행복한 시간은 있다. 그러나 역사에서 행복한 시대는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