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ktor Pivovarov (빅토르 피보바로프)

1937년 모스크바 출생의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일리아 카바코프(Ilya Kabakov), 에릭 불라토프(Erik Bulatov) 등과 함께 1960-70년대 모스크바 개념미술운동(Moscow Conceptualist artistic movement)의 주요 참여자였으며, 1982년에 프라하로 이주하여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일본만화가 야마모토 히데오의 작품 중에 <호문쿨루스>라는 어려운 제목의 만화가 있다. 만화의 주인공은 엘리트로 성장해 어느 순간 삶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노숙자로 전락해버린 한 남자이다. 그는 궁핍한 주머니 사정과 호기심으로 인해, 초능력을 만들어준다는 위험하고 실험적인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을 마친 그는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의 얼굴에서 환영들을 보게 되는데, 이 환영들은 각각의 개인이 지닌 욕망과 상처들이었다.

일상과 환상과의 거리. 빅토르 피보바로프 역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안에서 욕망과 불안, 말 못하는 비밀과 바람 등을 바라본다. <Girl with a Lemon>에서 한 할아버지는 나신의 소녀가 들고 있는 레몬에 혀를 내밀고, <Dance>의 쥐의 하체를 지닌 두 남녀는 서로를 갈망하는 욕정의 춤을 춘다. 조각조각으로 찢어진 기억들은 <No, You Don't Remember>의 얼굴로 드러나고, 이처럼 끊임없이 갈라지고 변형되던 사람들의 모습은 2000년 이후의 작업에선 'Eidos(형상)'이라 명명된 틀이 되어 마치 백색의 도화지와도 같은 보편적인 가능성의 색채만을 지니게 된다.

과감하게 생략된 배경, 우스꽝스러운 구성, 기묘한 형태의 형상. 러시아의 사실주의적 전통으로부터 시작해 초현실주의로 전향한 빅토르 피보바로프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줄타기하듯 계속해서 현실과 초현실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한다. 예술과도 같은 삶, 그리고 삶을 바탕으로 한 예술. 어쩌면 삶과 예술을 구분짓는 건 단순히 개념 뿐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삶을 벗어날 수 없고, 예술은 인간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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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ktor Pivovarov, Eidos with a cloned child, oil on canvas, 75*57 cm, 2003
출처 : http://www.ad-astra.c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