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오래된 필름 느와르를 다시 꺼내보는 듯, 흑백의 거친 영상으로 담은 마닐라의 낮과 밤. 흰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청년은 낮의 마닐라를 배회한다. 한 때 열정을 불사르던 밴드로도, 따뜻했던 어머니의 품으로도 그는 돌아갈 수 없다. 마사지사로 일하는 맹인처녀에게 구걸하는 마약중독자의 구원. 밤의 마닐라에서 청년은 건실하고 착실한 사람이 되어 멋진 선글라스의 경호원으로 거듭난다. 온갖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일을 도맡아 해결하는 청년. 그에게 미래는 검은 화면 안의 총성으로 끝이 난다. 두 명의 감독이 한 명의 배우로 연출한 두 개의 에피소드. 필리핀의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의미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