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의 말엽. 패전의 공포에 사로잡힌 군국주의자들의 극단적인 선택, 가미가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위정자들은 언제나 그렇듯 그들을 영웅으로 받들며 비장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받은 일본계 미국인, 리사 모리모토 감독은 일본의 청년들이 어떻게 선뜻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가미가제 생존자들과의 인터뷰. 암울한 자기희생이 팽패했던 분위기. '일본'의 광기 속에 희생된 '일본인'들. 죽으러 가는 길에서 연합군의 비행기를 만나 죽을까봐 걱정이 되었더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회고담에 이어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살아남고 싶었다"고 말하는 생존자에게서 씁쓸한 허무감이 베어난다. 실체없는 국가가 자행한 자기파괴. 거부당하거나 왜곡되어버린 과거.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이조차 없는 가해자이자 희생자들. 그들의 현재는 초라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