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곰의 습격으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환경운동가 티모시 트레드웰(Timothy Treadwell)은 장미에 대한 일화로 유명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죽음과 비슷해보인다. 사랑했던 것으로 인해 맞는 아이러니한 죽음. 하지만 베르너 헤어조크 특유의 무덤덤한 유머를 따라가다보면 트레드웰의 죽음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운명과 같이 느껴진다.

한 때 알콜중독자였고 통 여자에게 인기가 없다고 자신의 비디오카메라 속에서 고백하는 꾀짜에게 자연은 외로움을 달래는 치유의 공간이었다. 다소 위험해보이는 곰과의 만남, 붙임성 좋은 여우와의 따뜻한 우정, 그리고 문명세계를 향한 끝없는 냉소와 부정. 세상의 갖가지 억측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름이 올 때면 곰을 찾아 알래스카의 국립공원으로 떠났다. 그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고, 또한 유일하게 지탱해주는 근원이었기에.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다는 코끼리처럼 그도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온갖 원색적인 영상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필름에 담겨진 이들에 대한 거장만의 묵묵한 배려가 더욱 아름다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