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이 되어버린 레바논의 한 마을. 시만이 기억하는 마을은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사는 정겨운 곳이었다. 하지만 그가 잠시 사우디 아라비아로 떠난 사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에 전쟁이 발발한다. 마을사람들은 어서 빨리 종전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인내했다. 하지만 1975년에서 1994년까지 거의 20여년에 걸친 전쟁은 마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시만이 돌아왔을 때에 남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의 행방조차 찾지 못한 채, 도시의 삶에 염증을 느끼고 쓸쓸히 텅 빈 마을로 돌아온다. 더러 추억을 찾아오는 옛 마을사람들에게 마을은 그저 과거일 뿐. 얄팍한 일상으로 덮어놓은 상처. 깨어진 유대. 죽어버린 마을에 대한 기억의 묘비. 먼 곳을 바라보는 시만의 눈길처럼 오래지 않아 잊혀져버릴 삶의 흔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