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보았던 영화 <얼라이브(Alive, 1993)>가 주었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비행기 사고로 안데스의 겹겹산중에 갇혀버린 사람들. 하루, 또 하루가 지나가도 오지 않는 구조대. 마침내는 배고픔에 죽은 이의 살점을 비장한 표정으로 먹는 생존자들. <안데스 산맥 조난기(Stranded: I've Come from a Plane That Crashed on the Mountains, 2007)>는 이 당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잊고 싶은 72일 간의 기억을 30여년 만에 다시 꺼내보인다. 초로의 노년이 되어 바라보는 철없던 20대의 가혹한 기억. 차마 이야기하지 못했던 사실. 평생을 따라다니는 죽은 이들에 대한 책임. 극한의 상황이 주는 자연과 인간의 숭고함. 다만 사건 이후 이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별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엔딩크리딧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