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달린다. 마치 지난 날 한국에서 헝그리정신이 중요했듯, 가난한 집의 아이들이 가진 거라곤 오직 자신의 몸 뿐이다. 아직은 칭얼대고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아도 될 나이이지만, 필사적으로 달리지 않으면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중국. 거의 완벽한 기계처럼 움직이는 운동선수들을 보며 느꼈던 위화감은 <붉은 경쟁(The Red Race, 2008)>의 아이들의 모습에서 설명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서 영어와 올림픽을 대비하는 아이들, 중국 국기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영광이라고 말하는 코치. 모든 것을 금메달로 설명하며 '더 참아라', '더 열심히 해라'만을 강요하는 교육. 강남의 학원가를 생각해보면 저절로 입맛이 씁쓸해진다. 목표 앞에서 상실된 감정과 인간성. 치열한 체육관과 도시의 대비. 뒷모습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아이들. 간 차오(Gan Chao) 감독의 쓸쓸한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