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 문제제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유쾌하고도 신랄한 조롱을 펼친 브렛 게일러(Brett Gaylor) 감독의 안위부터 걱정되는 작품. 과연 창작의 경계는 어디일까. 다른 뮤지션의 음악을 믹싱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음악세계를 창조해나가는 뮤지션 Girl Talk를 통해 감독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담론을 요구한다. 카피라이트(Copyright)에 맞서는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 그리고 그 파장이 낳은 현재의 크레이티브 커먼스 라이센스(Creative Commons Licenses)까지.

사적으로 만난 음반저작권협회의 한 분에게 현재 저작권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던 적은 있었지만, 창작계에 얕게나마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써 브렛 게일러 감독의 논지에 더 수긍이 간다. 왜 창작자에게 그들의 권리를 대변할 사람들이 필요한가? 더구나 그게 창작자들에겐 별 도움이 안 되는 판에. 어쩌면 대형유통사의 횡포에 대항했던 농산물직영매장처럼, 예술에서도 이제 그런 게 필요해진 게 아닐까. 디즈니의 말도 안 되는 저작권에 대항하는 Mouse Liberation Front와 과감하게 EMI에서 뛰쳐나온 라디오헤드에게 박수를.



<찢어라! 리믹스 선언 (RiP: A Remixer's Manifesto, 2008)>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브렛 게일러 감독은 2010년 영화제를 목표로 인터넷 세계의 창조적 수용자들과 함께 <찢어라! 리믹스 선언 2.0> 제작에 몰두 중이다. http://opensourcecinema.org을 통해 업그레이드되어가는 감독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감상은 당연히 무료! 로그인조차 필요없다! 알 권리를 막을 허튼 수작 따윈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