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적인 전투의 의미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정치, 사회, 경제, 역사, 문화적인 측면을 비롯해 전쟁의 시대를 살아간 군인들과 민간인들의 삶 등 상당히 다각화적인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보려 하는 노력은 높게 평가할만 하지만, 그에 비해 아주 자세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자세하지 않은 것도 아닌, 굳이 말하자면 균형감이 다소 떨어지는 듯한 애매한 디테일에서 아쉬움이 남는 시리즈.

이 중 시리즈의 첫 권인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 제1차 세계대전 1914~1918"이 가장 추천할만 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와 오스만 투르크의 해체, 독일 왕정의 몰락과 이어진 민주화, 러시아 왕조의 몰락과 공산주의 혁명, 그리고 민족주의의 확산 등을 낳았을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는 전차와 기관총, 비행기 등 발명의 시험무대로써 과학기술로 인한 대량살상이 가능해졌으며, 무엇보다도 제국주의적 욕망들끼리 충돌하여 제국주의의 쇠락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그런 의미로 제2차 세계대전을 제1차 세계대전에서 풀리지 못한 문제들의 연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세계사적 비중에 비해 그다지 관심이 높지 않은,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 큰 도움이 될 뿐더러, 구성상의 균형감, 완성도, 디테일, 여러 면에서 시리즈 중 가장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 탐욕의 끝, 사상 최악의 전쟁"은 본문만 거의 900페이지에 달하는 방만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워낙 잘 알려진 전쟁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반적인 디테일에서 모자람을 느끼게 된다. 전쟁 초반의 유럽전선을 제외한 여타 추축국의 전투들은 거의 언급도 되지 않는 반면,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 연합국 측에 압도적인 지면을 할당하기에 양편의 상황을 고루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나 태평양전쟁 부분은 절대적인 분량마저도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맨 마지막 부분의 전후처리 과정이 그나마 균형감있게 이후 세계의 모습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를 돕는 편이지만, 이 책의 두께를 감안하면 아무래도 그것만으로는 아쉽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세번째 권 "그리스 전쟁"의 경우, 헤로토도스의 "역사"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등 기존의 고전을 향한 안내를 제시하지만, 다음 권 "로마 전쟁"과의 연계를 감안한 듯 카이사르 이전의 로마 역사 전반까지 포괄하는 마지막 부분은 긴 역사를 짧게 요약하는 수준이라 깊이에 있어서 상당한 아쉬움을 가지게 된다.

"나폴레옹 전쟁"은 오로지 나폴레옹 시대에만 집중하기에 시리즈 첫 권에 견줄만큼 세세하고 충실한 편이지만, 다소 지나칠 정도로 낭만적 영웅주의로 물든 서문에 거부감이 들 뿐더러(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 덕분에 여러모로 KODEF 시리즈가 의도했던 최초의 기획,
즉 다각적인 시선에 대해서는 완전히 포기해버린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전쟁사 그 자체로만 보면 결코 모자란다고 할 수 없겠다.

그리고 이어지는 "로마 전쟁"은,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일단 구성에 있어 카이사르, 카이사르, 그리고 카이사르 이후로 되어 있을 뿐더러, 앞선 "그리스 전쟁"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부분은 카이사르 이후 동로마의 멸망까지 거의 천년에 이르는 방대한 기간을 간단히 언급만 하는 수준이라, 차라리 카이사르 이전을 다룬 챕터가 있었다면 오히려 고대전이라든지 로마시대를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카이사르의 정적들에 대한 평가가 다소 인색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결국 시리즈 전반에 대한 느낌은 이렇게 간추릴 수 있겠다. 기획은 훌륭했지만 안타깝게도 지면이 따라주지 못했다 정도로.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 제1차 세계대전 1914~1918"만큼은 충분히 권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