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아름답고, 생각보다 코믹하고, 생각보다 유치했던, 영화.

거리낌없고 순수한 열일곱 살의 뮤즈, 그녀의 몸짓을 꿈으로 바꾸어놓는 노시인, 그리고 너무나도 현실적인 공돌이 제자... 물론 그녀는 평범하고 또 수수하면서도 더없이 빛이 난다. 노시인의 환상 속에서 그녀는 요정이 되어 끊임없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순백의 꿈은 너무나도 순수해서 범접할 수 없는 후광으로, 그 젊음을 예찬한다.

하지만 "은교"는 공돌이 제자 서지우(김무열 분)를 비웃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인 듯 싶다. 그는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속된 선입견과 성공을 향한 욕망, 성과에 대한 강박관념만이 그를 설명한다. 막연한 존경심과 이해관계로 노시인을 받들 뿐 그저 천박한 행동만을 이어간다. 연륜과 교양으로 장난기어린 앞선 세대를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기발랄한 뮤즈의 새로운 세대 역시도 이해하지 못한다.

낭만과 예찬이 사라지고 속물적인 도덕과 상투적인 언어만이 남아버린 세대. 아파트에서 살아가며 스마트폰을 들고 운전대에서 내릴 줄 모르는 사람.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거의 모든 특수효과가 그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에 집중되어 있다는 건, 그를 비웃고야 말겠다는 정지우 감독의 절절한 심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보이는 지점이다.

"은교"의 포스터는 거짓말이다. "은교"는 시의 언어가 부활하는 해피엔드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