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되었네요. 한여름 밤의 더위(사실 요즘은 너무 비가 자주 오긴 했지만), 언제나 불면증과 함께 찾아오는 축제, EIDF2011의 첫날은 아주 확 눈에 띈다고까진 할 수 없겠지만, 제법 산뜻한 시작이었다고는 말할 수 있을 듯 싶어요.


색상구분 : 작년 EIDF개봉작 / 베스트 / 문제작

"지구를 위한 2분 Visual Telegrams"
"오후 한 시 One P.M."
"리틀 보이스 Little Voices (3D)"
"잘 지내니, 루돌프? How Are You Doing, Rudolf Ming?"
"팀 The Team "
"집으로 가는 기차 Last Train Home"

우선! 워스트를 꼽지 않아도 된다는 데에서 약간의 안도감을... ㅎㅎ 첫날일 뿐이기에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작품선정이 보다 엄격해지고, 또 다채로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네요. 첫날의 포문을 열었던 "지구를 위한 2분"은 제목처럼 지구에 대한 하나의 단상이나 풍경을 아주 짧게 제시하곤 슥~ 빠져버리는 작품이었네요. 30개의 2분짜리 단편모음집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광고처럼 각 작품의 시작 전에 2~4편을 따로 떼어 방영한 덕에 화장실을 갔다 올 때에도 다소 주의가 필요했답니다. ㅋㅋ 내일도 같은 패턴이 될 것 같네요.

"오후 한 시"의 선택은 사실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올해 전주에서도 고다르의 신작 "필름 소설리즘"이 상당한 관심을 모았었는데, "오후 한 시"는 고다르의 초창기 모습을 담은 작품이기에 더욱 흥미를 끌었네요. 68혁명의 전후 시기에 활동하던 그의 모습을 담은 작품에선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 역시 고스란히 담겨있었죠. 기존체제에 대한 저항과 분노, 2011년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 더욱 의미가 있을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오늘의 베스트로 꼽은 "리틀 보이스 (3D)"는 콜롬비아 내전을 동화적인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 색다른 작품이었답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담아낸 전쟁의 모습에서 숭고한 어떤 이상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죠. 4명의 아이가 담담하게 기억을 풀어내는 나레이션이 조용한 슬픔을 안겨주는 작품이었네요. 특히나 잘못 날라온 수류탄 덕분에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어버린 아이의 이야기는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마도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은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한 감독의 조그마한 배려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개막작 "잘 지내니, 루돌프?"는 상상력이 풍부한 악동 루돌프에 대한 이야기였네요. 개구지고 거친 장난으로 좀처럼 친구도 만들지 못하는 아이에겐 상상치도 못했던 비밀이 숨겨져있었죠. 마치 영화필름처럼 종이로 만든 필름에 일일히 그림을 그려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루돌프의 모습이나, 그리고 이런 루돌프만의 세계를 세상으로 이끌어내려는 신부님의 노력과 인내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감독의 메세지, 확실히 전해졌어요.

그리고 첫번째 페스티벌 초이스 "팀"은 제작년의 "아프간 스타"처럼 막장과 시청률만이 판치는 채 현실은 외면하는 현재의 방송문화를 돌아보게끔 하는 작품이었죠. 부정부패, 빈부격차, 지역 및 부족갈등이 켜켜이 쌓인 케냐 사회, 2007년의 부정선거는 좌절감에 사로잡힌 시민들에게 희망없는 분노를 분출하게 했다고 하네요. 희망없는 분노에서 드러난 건 결국 그저 다른 사람에 대한 증오 이상 이하도 아니었죠. "팀"은 그런 혼란의 틈바구니 안에서 케냐의 현실을 마주하는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네요. 어쩌면 한 편의 드라마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그들의 바람은 허황된 욕심에 불과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드라마의 제작자가 이야기하듯 단 한 사람만이라도 '다시 한 번만 생각해볼까'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비록 철 지난 주제일지라도) 예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가져왔던지라 더욱 의미있었던 작품이었네요.



내일은 정말 쉴틈없는 토요일이로군요! ㅋㅋ 올해는 더욱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