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 대한 희극.

악랄하게 느껴졌던 아멜리 노통브의 "공격"도 이 책에 비한다면 고작해야 투정에 불과하다. 비웃음이라고 하기엔 너무 진지하고 현학적이라고 하기엔 또 너무 경솔한 그의 필치를 보고 있자면, 아멜리 노통의 자학은 아름다운 한 편의 서정시라고 불어야만 할 것 같다.

"투쟁 영역의 확장"에서 서사는 실패한다. 낯선 사람을 만날 때마다 거의 언제나 겪게 되는 곤혹감처럼, (물론 낯익은 사람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건 없겠지만) 어느 순간에도 감정이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툭툭 끊어지는 장면들은 순간의 감정들을 쿨하게 땅에 던져버리곤 가차없이 짖밟아버린다.

나는 슈퍼마켓 진열대 위에 있는 랩에 싸인 닭의 넓적다리가 된 기분이야.
- '제2부 8. 암소에게로 복귀' 중에서, p.117

대화는 반드시 실패해야만 한다. 모든 것에 과민해야 하고, 또 동시에 모든 것에 무관심해져야 한다. 미셸 우벨벡에게 빈곤은 단지 돈에 한정되지 않는다. 섹스도, 시간도, 욕망도, 기쁨도, 인생의 목표도, 그 모두가 절대 빈곤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