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 대한 희극.
악랄하게 느껴졌던 아멜리 노통브의 "공격"도 이 책에 비한다면 고작해야 투정에 불과하다. 비웃음이라고 하기엔 너무 진지하고 현학적이라고 하기엔 또 너무 경솔한 그의 필치를 보고 있자면, 아멜리 노통의 자학은 아름다운 한 편의 서정시라고 불어야만 할 것 같다.
"투쟁 영역의 확장"에서 서사는 실패한다. 낯선 사람을 만날 때마다 거의 언제나 겪게 되는 곤혹감처럼, (물론 낯익은 사람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건 없겠지만) 어느 순간에도 감정이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툭툭 끊어지는 장면들은 순간의 감정들을 쿨하게 땅에 던져버리곤 가차없이 짖밟아버린다.
나는 슈퍼마켓 진열대 위에 있는 랩에 싸인 닭의 넓적다리가 된 기분이야.
- '제2부 8. 암소에게로 복귀' 중에서, p.117
대화는 반드시 실패해야만 한다. 모든 것에 과민해야 하고, 또 동시에 모든 것에 무관심해져야 한다. 미셸 우벨벡에게 빈곤은 단지 돈에 한정되지 않는다. 섹스도, 시간도, 욕망도, 기쁨도, 인생의 목표도, 그 모두가 절대 빈곤상태이다.
4 Comments
ㅋㅋㅋ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기억나는군,
답글삭제누구든지 분노할 수 있다. 그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분노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쉬운 일도 아니다.
쉽지 않아~~~ ㅎㅎㅎㅎ
적절한 시기에 터지는 화산이란 없지만 말야.
답글삭제카뮈 이래 이렇게 생생하게 투쟁하는 문장을 본 적이 없는 거 같아. 반항적 인간, 바로 이 불편한 문장의 주인일 거야. 닭의 넓적다리의 맛이 아니라 기분을 노래하다니 참맬로~~~
답글삭제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걸지도. 어떤 것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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