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is Mikhailov, Moments
출처 : 위키피디아


보리스 미카일로프Boris Mikhailov

1938년 우크라이나 카르코프 출신의 사진작가.


어쩌면 보리스 미카일로프에게 사진은 공학자로써의 관심으로만 머무를 수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20세기의 후반, 소련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그를 예술가로 만들어놓았다. 그의 사진을 싫어하던 소련당국으로 인해 그는 자신의 일자리를 잃었고, 두 번에 걸쳐 KGB에 의해 체포되었으며, 이런 그에게 남은 선택이라곤 흥미로 시작했던 사진작업 외에는 남아있질 않았다. 마치 영화와도 같은 인생, 그는 사진 안에서 그런 자신의 삶을 집요하게 기록하려 했다.

누드와 희화화, 40여년을 이어온 스스로에 대한 기록. 공교롭게도 비타Vita라는 이름을 지닌 아내와 함께 해 왔다고 고백하는 그의 사진작업들은 다른 어떤 설명보다도 자화상이라는 단어가 더욱 잘 어울린다. 물론 어디서도 그들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찾아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제복을 입고 도끼를 든 어떤 할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힘없이 쓰러지는 어떤 청년의 모습 속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치 않고 남편의 무릎 위에 힘겹게 앉은 어떤 임산부의 모습 속에서 그들의 얼굴을 찾아볼 수 있다. 역사의 변화에 따라가길 강요받으면서도, 나날이 더 가난해지고 삶이 팍팍해지기만 하는 사람들이 지닌 표정을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연민에 빠져들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담으려는 거의 모든 시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우려 한다. 마치 나쁜 짓을 함께 한 아이들처럼 그는 자신의 표정을 대신 지어보이는 이들과 공모자가 되어버린다. "레드 연작Red Serie"을 통해 공산주의 사회의 허위를 우스꽝스레 드러내기 위한 공모를 했던 그는, "사례사Case History"를 통해 자본주의로 변모된 사회에서 전에 없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노숙자homeless들과 새로운 공모를 이어간다. 그의 연작들에서 보여지는 사회의 변화란 아주 명쾌하다. 제복의 경직성은 불결함에 대한 경직성으로, 다양성에 대한 공포증은 미에 대한 강박증으로, 그리고 거짓된 이상은 위선적인 휴머니즘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불행한 처지의 우리를 받아 주는 곳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어. Nowhere do we find the reception our unhappy condition needs;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Chapter 54 : WHICH DEALS WITH MATTERS RELATING TO THIS HISTORY AND NO OTHER' 중에서

인간사회는 언제나 바보짓을 혐오해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희극을 싫어했고, 중세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을 뿐더러, 냉전시기엔 원색적인 색깔들이 난무했으며, 그리고 불과 얼마 전엔 쥐그림이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보리스 미카일로프는 바보짓을 싫어하는 사회가 얼마나 바보스러울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의 사진을 찢으려들었던 이들로 인해 그는 작업의 열의를 얻었고, 여전히 그의 사진을 불쾌해하는 이들 덕분에 평온한 일상에 잠재되어 있는 어둠은 더욱 명확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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