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건설로 인해 수몰될 운명에 처해있던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 빌라리뉴 다스 푸르나스.
인류학적인 시선으로 기록된 마을의 마지막 모습들.

소박하게 농경과 목축으로 살아가던 마을에서 시끄러운 세상의 변화나 문명의 이기 같은 건 그저 딴 세상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오랫동안 타협하고 가꾸어오고 지켜왔던 그들만의 질서, 마을사람들 모두가 존중하고 참여해왔던 문화, 그러면서도 포르투갈인이라는 자긍심을 지키며 가져온 세상에 대한 지혜,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느 하나라도 놓칠까 안토니우 캄푸스 감독은 마치 학자와도 같은 신중함으로 이 모두를 기록해놓으려 했다.

어쩌면 이 조그마한 공동체가 타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문명의 편리함과 깨끗함을 모르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질 수도 있고, 세계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와는 아무 상관없는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살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동정의 마음을 보내거나, 혹은 다른 많은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당연한 희생이었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빌라리뉴 다스 푸르나스"는 이 모든 생각들을 향해 열려있다. 오랜 전통 안에서 언제나 자신들의 마을을 위해 최선을 다해온 이들이 있었다는 걸 묵묵히 증언할 뿐이다. 다만 1938년 레비스트로스가 아마존의 정글을 거닐며 그들의 마지막을 발견했다면, 1977년의 안토니우 캄푸스 감독은 시골마을에서 마지막들을 발견해냈다.

그리고, 앞서 쓴 2001년의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의 "공사 중"은 마치 레비스트로스의 열대가 안토니우 캄푸스의 시골마을 거쳐, 여행조차 필요가 없는 대도시로 이어지는 것만 같아 다소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