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라고 하기엔 너무 차갑고, 허무라고 하기엔 너무 뜨거운.

"백년 동안의 고독"은 어떻게 읽어도 좋은 책이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성으로 읽어도 좋고, 서구의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콜롬비아, 더 넓게는 남아메리카, 혹은 여타세계의 역사로 읽어도 좋다. 아니면 역사의 진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조금도 나아질 줄 모르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조롱이나 가족사를 통해 압축되는 삶의 순환성으로 읽어도 좋다. 그도 아니면 타인의 삶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조차 피할 수 없는 지독한 무관심이라든지, 한낱 꿈처럼 사라져가는 세월의 덧없음으로 보더라도 상관없다.

그 어느 쪽으로 나아가더라도 고독만큼은 피할 수 없다. 절망적으로 사랑에 애태워봐도, 무언가 더 나은 세상을 꿈꾸어봐도, 운이든, 유산이든, 어떻게든 재산을 부풀려봐도, 열심히 공부하거나, 혹은 집을 뛰쳐나가거나 저항해봐도, 구걸하거나, 배풀거나, 일하거나, 놀거나, 버리거나, 지키거나,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때로는 희극적이고 때로는 비극적인 삶 자체로부터 도망갈 길은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