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웨어(Somewhere)"를 탄성이 나올만큼 대단한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소피아 코폴라의 성장을 보여주는 영화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저런 수식이라든지 과장으로 화면을 치장하는 대신 보다 절제된 감정선에 접근하려는 의도를 느낄 수 있었고, 전처럼 타문화를 이용하려 들기보다는 보다 인물 자체에 집중하는 흐름도 인상적인 변화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작품이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거머쥘만한 작품인가하는 데에서는 좀 회의적이다. 셀레브리티의 삶을 보다 차분하고 보다 사실적인 어조로 그려내는 데에는 성공을 했지만, 감독이 여전히 자신의 영화에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음 뭐랄까, 수긍은 되지만 공감은 되지 않는 일종의 밋밋함이 있달까, 아니면 주인공들의 고민에 빠져들기에는 깊이의 농도가 충분치 않다고나 할까.

이런 비유가 괜찮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가 초콜렛을 살짝 입힌 아몬드였다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지나치게 달콤했던 초콜렛이었고, "섬웨어"는 아무 것도 입히지 않은 순수한 아몬드처럼 느껴진다. 우디 앨런처럼 소금을 잔뜩 뿌릴 필요까진 없겠지만, 아직은 씹기에 조금 딱딱한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