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Law & Order : SVU"는 꺼려하던 드라마 중 하나였다. 본편을 뛰어넘는 스핀오프라는 명성에도 불구, 제목이 주는 자극성이나 현재 시즌11에 이르는 상당한 분량 때문에 선뜻 "Law & Order : SVU"에 다가가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순전히 호기심으로 첫 편을 틀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 밖의 섬세함에 우선 놀랐고, "보스톤 리걸"처럼 법과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질문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소재의 자극성을 훨씬 뛰어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수사물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공유하는 "CSI"와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CSI"가 쿨하다면, "Law & Order : SVU"는 보다 온정적이다. 그런만큼 "CSI"가 이성적인 색채를 지녔다면, "Law & Order : SVU"는 감성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다. "CSI"가 장소적 특수성과 캐릭터의 매력으로 승부를 건다면, "Law & Order : SVU"는 사회적인 쟁점과 인간성으로 승부한다.

"Law & Order : SVU"는 미드를 보며 늘 감탄하던 요소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 독창적인 소재, 냉소적인 유머, 사회의 현재모습을 외면하지 않는 이야기의 거리, 인간성에 대한 다양한 조망 등등. 물론 단점도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처럼 가끔씩 너무 가르치려든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쟁점들을 부각하다보니 이야기가 필요 이상으로 딱딱해질 때도 있으며, 시리즈라는 특성 때문인지 결말이 다소 빤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Law & Order : SVU"가 지닌 폭넓은 시각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지닌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시즌2를 보고 있는 중이라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부디, 제발 부디, 시즌5부터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던 "CSI : Miami"처럼만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