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드라마 "토치우드"를 단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정말 죽지 못해 사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저 남자. 문자 그대로 죽음을 허용받지 못한 저 남자. "닥터 후"에서 깨방정을 떨며 누구에게나 작업을 걸던 저 남자. 히어로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어둠을 지닌 저 남자. 캡틴 잭 하크니스(존 바로우맨).

"닥터 후"의 성인버젼 혹은 현재버젼이라고 일컬어지는만큼, 고전적인 경쾌함으로 무장한 "닥터 후"와는 달리 "토치우드"는 별것아닌 농담에서조차 "X-File"이나 "CSI"와 같은 현대적인 우울을 엿볼 수 있다.

짧지만 강렬했던 시즌3에서 저 남자의 파트너 그웬(이브 마일스)이 했던 한 마디가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때론 닥터가 이 행성을 바라보면서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려야만 했을 거예요.
Sometimes the Doctor must look at this planet and turn away in shame.

그래서 "토치우드"에서는 닥터가 등장할 수 없는게 아닐까. 냉소하며 훌쩍 떠나버릴 수 있는 여행이 아니기에. 누구도 짊어지려 하지 않는 선택의 책임 앞에 괴로워하는 캡틴이 되어야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