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사진 속에 담긴 아프리카 세렝게티는 평온한 야생의 세계이다. 영양이 초원 위에서 느긋하게 풀을 뜯고 사자는 그늘 밑에서 잠을 청한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 (A Place Without People, 2009)>는 이제 그런 환상들을 그만두기를 바란다. 밀렵의 총구는 사진기의 렌즈로 대체되었을 뿐이고, 돈을 든 관광객들은 자연과 공존하던 원주민들을 구걸을 해야하는 거지로 만들어놓았다. 수천, 수만년 동안 자연스럽게 보존되던 초원은 오히려 자연보존을 외치는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어간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가 저서 속에서 씁쓸히 이야기한 것처럼, 여행에서 볼 수 있는 건 이미 다녀간 사람들이 파괴해놓은 흔적 뿐이다. 사진기를 든 온정주의에서 언제나 진심은 없었다. 자연은 여전히 인간과는 공존할 수 없는 별개의 세계에 지나지 않고, 원주민 역시 단순한 관광상품이 되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처지에 불과하다. 우습게도 문명 속의 인간은 인간 스스로를 너무 불신하기에, 자연과 공존하는 인간이 있으리라곤 도저히 상상할 수 조차 없다. 그리고는 제멋대로 정해놓은 구역을 보고는 감탄을 연발한다. 자연보존과 이윤을 동시에 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착각하며 말이다. 인류가 지닌 호기심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때론 무관심이 최선이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어디에도 대단한 것 따윈 없다. 그저 그러길 바라는 환상만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