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떨어져 도시의 의류공장에서 성실한 삶을 이어가는 부부에게 1년에 한 번 뿐인 명절, 설날은 고단한 한 해를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위안이다. 하지만 명절을 맞는 모두의 마음은 같은 것이기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고생길이나 다름없다. <집으로 가는 기차 (Last Train Home, 2009)>가 묘사하는 중국의 명절풍경은, 명절 때마다 흔히 듣게 되는 교통정체의 스트레스를 마치 장난처럼 느껴지게 한다. 발을 동동구르며 어렵사리 구한 기차표를 기뻐하는 것도 잠깐. 발디딜 틈조차 없이 빽빽히 들어찬 기차 안에서 이틀이나 걸리는 거리를 가야만 하는 부부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피곤해보인다.

하지만 1년만에 만나는 부모님과 자식들이 반가운 건 어쩔 수가 없다. 따뜻한 포옹을 나누고 준비한 선물을 나누는 가족들의 표정을 밝아보인다. 모처럼 나누는 해후, 그렇지만 집에 와서도 고생은 끝나지 않는다. 부부는 자식들이 잘 살고 있는지, 공부는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지만, 농촌과 학교, 부모님이 없는 삶에 진력이 난 딸은 잔뜩 그들에게 화가 나있다. 잘 지내고만 있는 줄 알았던 딸은 부부에게 정면으로 대들며 자기에게 해준게 무엇이 있는지를 묻는다. 학교를 그만두겠다며 점점 엇나가는 딸의 행동에 부부의 가슴은 무너져내린다.

벗어날 길이 없는 절망의 풍경. <집으로 가는 기차 (Last Train Home, 2009)>는 근대화가 한창 진행 중인 중국의 어두운 부분을 극명하게 드러내보여준다. 맞벌이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주머니에 여유는 생기지 않는다. 보험이나 복지는 커녕, 세계경제에 위기가 닥치면 당장 공장이 문을 닫지나 않을까 걱정을 해야만 하는 처지이다. 힘겹게 부양한 가족은 고마움보다는 원망으로 가득하고, 자식들은 부모에게서 낯선 사람의 얼굴만을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더욱 슬픈 건 이러한 중국의 모습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현재, 그리고 한국의 현재. 힘들게 살아갈수록 점점 더 삶에서 소외되어가는 건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