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 날이 하루도 없었던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평화의 시절은 있었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모두가 평화를 바라던 시기, 마침내 자유와 민주주의의 물결이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 여학생들은 터번을 벗어던지고, 남학생들은 락큰롤을 연주하며 새로운 시대를 말했다. 하지만 1979년 소련의 침공은 모든 희망들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리고 이어진 30여년간의 고통. 외세의 침략과 내전이 이어지며 사람들의 마음은 지긋지긋한 죽음에 대한 공포 아래 완고해져만 갔다. 노래와 텔레비젼은 이슬람 원리주의 아래 추방당했고, 즐거움은 죄악과 동의어가 되었다.

그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리얼버라이어티의 서바이벌 방식을 채용한 TV프로그램의 등장은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가수가 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 고작 일개 쇼프로그램에 불과한 <아프간 스타>가 연출하는 사회의 변화. 한 편에서는 <아프간 스타>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평화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한 편에서는 그들을 타락의 근원으로 치부할 뿐이다. 비록 어떤 편이 옳다고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과연 제작가의 설명처럼 <아프간 스타>가 갈등으로 점철된 아프가니스탄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