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전쟁. 베이루트의 사브라와 샤틸라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20년 동안 꿈 속에서 자신을 따라다녔던 26마리의 개떼들. 함께 레바논 전쟁에 참여했었던 느닷없는 친구의 고백에 아리 폴만(Ari Folman) 감독은 혼란스러워한다.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 지난 과거. 감독은 왜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을까를 궁금해하며 옛 전우들을 찾아나선다.

한 전우가 말한다. 그리는 건 괜찮지만 촬영은 안 된다고. 애니메이션은 바흐의 음악을 배경으로 하나씩 조각이 맞춰지는 전쟁의 상흔과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애탄 노력을 한다. 그저 사진을 찍듯이 전쟁 속에서 스스로를 빼내기 위해 의식을 도피시켰던 사진가. 이성을 잃은 채 총격이 빗발치는 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기관총의 왈츠를 추는 전우. 역전에서 연인과 키스를 하고 다시금 전장으로 향했다는 아버지의 위로 아닌 위로. 낯익은 일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던 휴가만이 기억난다고 말하는 감독. 망각된 베이루트는 여전히 눈물의 아우성에 잠겨있었다.

2008년 칸느 경쟁부분 초청작이자 2009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원 맨 빌리지>와 함께 보면 더욱 여운이 깊게 남을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