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이들의 옹호자 베르너 헤어조크(Werner Herzog)의 별난 우정. <아귀레, 신의 분노(Aguirre, the Wrath of God, 1972)>의 촬영을 앞두고 18년만에 다시 만난 16살 연상의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Klaus Kinski). 베르너 헤어조크는 <나의 친애하는 적(My Best Fiend, 1999)>에서 그를 회고하며 <아귀레, 신의 분노>의 광기어린 눈빛으로 섬찟함을 주던 클라우스 킨스키가 단지 눈빛만이 광기어린 게 아니었다는 고백을 한다.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고, 뻔뻔하기 이를 데 없었으며, 그러면서도 또 소심해서 직감적으로 위험을 알아채던 사람. 킨스키는 자서전에서 신나게 헤어조크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고, 헤어조크는 또 신이 나서 그 험담을 쓰는 걸 도와주었으면서도 자기는 지극히 정상이라면서 발뺌을 한다. 15년 동안 5편의 작품을 함께 했으면서도 도저히 왜 자기가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떠는 농담에서 오랜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도 몰입했던 역할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 허세로 가득했고 다른 사람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사람이었지만, 한 마리의 나비가 웃음을 가득 머금은 그의 주위를 떠나지 않고 맴도는 장면은 어쩌면 그가 사실은 여리고 따뜻한 사람이 아니었을까하는 여운을 남긴다. 타인의 얼굴로써만 살아간 그를 이제 더 이상은 볼 수 없기에 상상만으로 그쳐야한다는 점이 참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