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는 자주 언급되는 소재들이 있다. 유럽에는 제2차세계대전이 있으며,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이 있고, 한국에서는 6.25전쟁이 그러한 소재 중 하나이다. 그리고 아일랜드에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기나긴 독립의 상징 IRA가 있다. 아일랜드의 독립역사는 1921년을 기점으로, 벨파스트 지역의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분리독립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 때 IRA도 분리되어 한 쪽은 아일랜드 자유국의 정규군이 되었으며, 나머지 한 쪽은 북아일랜드의 독립군으로 남아있게 된다.

<헝거(Hunger)>에는 시인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영화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 등 많은 작가와 작품들에 영향을 미쳐온 아일랜드 독립사의 현재 모습이 담겨있다.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감독은 <디스 이즈 잉글랜드(This Is England)>의 배경이기도 했던 1981년, 북아일랜드의 교도소에 수감된 IRA의 바비 샌즈(Bobby Sands)에 주목한다. 바비 샌즈는 영국에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며 감옥 안에서 수감복 착용거부나 목욕거부 등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이어간 실제인물이다.

말 그대로 벽에 똥칠을 하며 고행의 길을 자처하는 IRA 소속 정치범들의 저항모습은 상당한 충격을 준다. 스티브 맥퀸 감독은 <헝거>에서 수감자들 스스로가 원했던 인간 이하의 삶을 영상으로 담아내면서도, 감독 자신의 목소리는 단 마디도 집어넣지 않는다. 그는 이 영화가 지닌 문제의식을 롱테이크와 미장센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논쟁화한다.

영국정부에 대항하기 위해 극단적인 단식투쟁을 시도하려는 바비 샌즈(마이클 패스벤더)와 그의 과격한 방식에 의문을 던지는 신부(리암 커닝험) 간의 기나긴 토론. 신부는 단식투쟁에 들어간 그를 '자신을 상대로 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라고 묘사한다. 7개월에 이르는 단식투쟁기간 동안 갖가지 육체적 고통을 당하며 죽어간 바비 샌즈와 9명의 수감자들. 이 영화는 어떤 이에게는 지루할 수도, 또 어떤 이에겐 충격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의를 찾아가는 그들만의 방식 속에서 많은 의문을 던져주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