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포이에르바흐(Ludwig Feuerbach)는 가장 종교와는 거리가 먼 유물론에 입각한 종교관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사후의 세계에 대해선 도무지 관심이 없는 종교철학자 포이에르바흐는 살아있는 지금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Vorlesungen über das Wesen der Religion)>에 완전히 빠져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유럽인인만큼 기독교적인 향기가 짙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 책의 해석방향은 기독교에 머물러있지 않다. 포이에르바흐는 일반인류학을 선취하는 접근을 시도하여, 종교 일반이 가지는 공통적인 특성 속에서 인간을 말한다. 그에게 종교란 사람이 원하거나 두려워하는 것들을 모아놓은 상상의 집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는 종교 속에서 인간의 의지와 다양성의 죽음을 보며, 모든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를 본다.

신의 전능에 의지하고 일어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신의 의지에 따라 일어나고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은 세계의 해악을 척결할 수단을 결코 생각해내지 못할 것이다.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 루트비히 포이에르바흐 지음, 강대석 옮김, '제18강 합리주의와 변신론', 한길사, p.251)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는 내세를 종교의 필수적인 요건으로 파악한다. 내세에 대한 집중적인 분석과 신랄한 비판을 통해 현실의 삶을 일깨운다.

내세를 만들어낸 사랑, 고통받는 사람들을 내세로 위로하는 사랑은 죽은 후에 병자를 치유하는 사랑이다. 또한 목이 말라 죽은 후에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는 사랑이며 배고파 이미 죽은 자에게 음식을 주는 사랑이다. (같은 책, '제30강 종교의 본질에 관한 성찰과 그 실천적 의미', p. 399~400)

인간은 자연 안에서만 삶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음악을 통해 인간의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예찬했던 루트비히 포이에르바흐. 그는 이미 죽은 사람들이나 죽은 후가 아닌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마음 따뜻한 독설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