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힘든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이 6시간짜리 영화를 추천해드리고 싶다. 토니 쿠쉬너(Tony Kushner)의 동명원작을 무삭제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긴 명작이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Angels in America)>는 TV용 영화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따로 개봉되지는 않았지만, 알 파치노와 메릴 스트립, 그리고 엠마 톰슨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의 치열한 연기경쟁 등 볼거리 또한 많다.

<너 어느 별에서 왔니?(What Planet Are You From?)>나 <클로저(Closer)>등의 화제작을 제작했으며 현재 구로사와 아키라의 1963년작 <천국와 지옥(High and Low)> 리메이크 작업을 진행 중이기도 한, 마이크 니콜스(Mike Nichols) 감독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선 원작이 가지는 연극적인 요소들을 고스란히 편집에 반영함으로써 영화와 연극 각자가 가지는 장점들을 탁월하게 살려내었다. 또한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3개 이상의 역할을 맡아 다역을 소화해내는데, 자칭 타칭 연기파 배우들이 보여주는 신들린 연기는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엔딩크리딧에서 메릴 스트립이 맡은 역할들을 보면 충격에 휩싸일 수 밖에 없으며, 그녀는 이 작품에서 한계를 넘어선 것만 같다.

워낙 많은 상을 휩쓴 유명한 연극이 원작이며, 이 영화 또한 2004년 에미어워즈와 골든 글로브 등에서 작품상과 남녀주연상 등 호화로운 상패를 섭렵했다. 각 분야의 최고들이 만나면 이런 것도 만들어질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국내에서 이 퀴어연극이 공연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니(이 말은 2003년에도 썼었는데 2009년인 지금까지도 지켜지고 있다), 극장표 영화와는 다른 세계를 원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찾아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