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삼천궁녀, 124*200cm, digital print, 2009

일시: 2009.08.05~2009.08.30
장소: 닥터박 갤러리(양평)

이상현 작가의 작업은 익숙하지만 낯설다. 그는 이미 정전으로 자리잡은 작품들에 자신의 상상을 덧씌운다. 비행기와 슈퍼맨이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불교의 석상이 서있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화사한 꽃으로 채운 역사 속의 빛바랜 흑백사진들. 그의 작업 속에는 시간과 공간이 무의미하다.

아마 관객들이 이 전시에서 처음받는 느낌은 어설프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고의적으로 생각되는 이 어설픔은 환상을 제조한다. 예술은 오랫동안 모방(Mimesis)의 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사실 지금도 그러하다. 이상현 작가는 패러디도 오마주도 아닌, 덧씌움을 통해 미메시스에 정면으로 맞선다. 그의 작업은 가능성들에 대한 것이며, 차원을 왜곡하는 별세계이기도 하다.

이 전시는 몇년 전 유행했던 이미지샵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현실이나 사실보다는, 재미있고 바라는 것들이 중요해진다. 전시공간 속의 작가와 관객은 익숙한 코드들을 뒤틀면서 지금 현재라는 차원 위에 모종의 이야기를 덮어씌우게 된다. 이상현 작가의 작업은 꿈과 바람의 환상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