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불편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평소에는 때달을 수 없었던 삶의 진실들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디스 이즈 잉글랜드(This is England)>는 불편함을 넘은 괴로움이 있다. 일단 오프닝이 올라가면 아무리 재미없는 영화라도 끝까지 보는 편이지만, 이 영화만큼은 진심으로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다.

영국에 사는 소년 숀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포클랜드 전쟁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어버린 숀은 아일랜드계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친구도 잘 사귀지 못하는 어린 소년이다. 숀은 한 무리의 청년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은 숀의 외로움을 감싸안아준다. 이들과 지내기 위해 머리를 밀고 스타일을 따라하기 시작하는 숀. 그들은 하루하루 짖굳은 장난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소년이 나온다고 해서 동화적이라거나 아름다운 장면을 기대한다면 단단히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는 스킨헤드라고 불리웠던, 시대의 어둠 속에서 방황했던 이들에 대한 집요한 관찰이다. 포클랜드 전쟁과 마가렛 대처, 그리고 레이건으로 기억되는 사회의 우경화바람 속에서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었던 청년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시대의 반영은 견디기 힘든 불편함을 준다.

<디스 이즈 잉글랜드> 속 가해자들은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었지만 석연치 않음을 느꼈고, 순수함을 간직하려 한 이들은 따돌림을 당했다. 자신의 신념이 오히려 자기를 공격할 때도 있었으며, 친구와의 우정을 끊어야할 때도 있었다. 1980년대, 시대의 아픔을 이렇게까지 질식할 것처럼 표현해낸 셰인 메도우스(Shane Meadows)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