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언어는 쉽지 않고, 그저 무심코 따라가다보면 어느샌가 안드로메다 근처를 헤매고 있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통계학만큼 뜨거운 맛을 봐야했던 것도 드물었으니... (뭐 아직까지는 그렇다는 말이다. 아직까지는)

가볍게(?) 수학의 기본코스를 훑고 상큼한 기분으로 일단 많이들 본다는 Hogg & Craig의 "Introduction to Mathematical Statistics"로 첫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어찌어찌 고생하며 정규분포까지 도달하고서부턴 본격 헬 오픈. 정말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이거 지금 내가 이해를 할 수 있는 건가라는 무수한 회의감과 싸우며, 한 번 잡은 놈은 끝까지 팬다라는 집념으로 어떻게든 한 발짝이라도 옮겨보려 했지만 결국 gg.

만약 나처럼 독학으로 통계학은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절대로, 저 책은 선택하지 않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정말... C... 아, 안돼. 흠흠. 그래서 좋다는 책 이리 저리 뒤져봤으나, 뭐랄까, 마음에 맞는 책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 한동안 방황을 이어가는 와중에 계속해서 눈을 낮추면서 정말 초심자를 위한 최적의 교재를 발견하고야 말았으니. 이름하야 Illowsky & Dean의 "Collaborative Statistics".

수학에 자신감이 넘쳐나는 초천재가 아니라면 기본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정말 좋다. 아예 처음부터 '뭐든 외우려고 하지마'라고 경고장부터 날리는 데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러면서도 각종 distribution부터 inference까지 아주 액기스 넘치는 훌륭한 교재. 그리곤 Hogg & Tanis의 "Probability and Statistical Inference"로 넘어갔는데, 이 책도 그닥 배려심 넘치는 교재는 못되지만, 그래도 앞선 Hogg의 책보다는 훨씬 수월한 편.


어쨌든 통계학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모든 것이 표준정규분포로 수렴되어 다시 모든 것이 표준정규분포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그 XX XX 많은 공식을 외워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포기해버리면, 결국 표준정규분포로 이어지는 전반부의 수많은 공식들과, 다시 결국 표준정규분포로부터 시작되는 후반부의 수많은 공식들을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외우려 하지 않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그냥... 하는 거다. 통계학은. 뭐. 그렇더라고.

거듭 느끼는 거지만, 선형적으로 생각하는 데에 얼마나 익숙해질 수 있으냐에 앞으로 얼마나 나갈 수 있느냐를 좌우하리라는 느낌적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