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모든 것은 if 에 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예를 들어보자. 내가 만약 임의의 자연수 k가 몇인지를 확인하려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다음과 같이 물을 수 있다.

k는 몇 인가?

이걸 아주 지루한 논리식을 짜서 파이썬 식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된다.

if k == 0: print(0)
elif k == 1: print(1)
elif k == 2: print(2) …

만약 엑셀처럼 바꾼다면 또 이런 식으로.

=IF(K=0,"0",IF(K=1,"1",IF(K=2,"2", … )))

이걸 무한히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틀림없이 나는 k가 어떤 수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얼마나 걸릴지는 비록 알 수 없지만.

혹시 모든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볼 수는 없을까? 정의역을 정하고, and와 or 등으로 조건식을 정하고, 그걸 무한히 반복할 수만 있다면, 모든 질문을 yes 혹은 no의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으로 변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대의 수학은 자기 규정성이나 그 밖의 몇몇 예외들을 제외하고는, 물론 그게 매우 심각한 문제들이긴 하지만 어쨌든, 여기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듯 싶다.

그렇다라면 곧바로 이런 의문이 따른다. 그럼 이분법이라는 건 뭐지? 만약 모든 질문이 if로 변환되어 yes와 no로 대답될 수 있다면, 내가 어떠한 질문이나 대답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분법으로 귀결되고야 만다는 의미인 것은 아닐까?

흔히들 이분법적인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는 한다. 하지만 과연 이분법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이 또한 재귀적인 질문이라 매우 조심스럽지만, '이분법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라는 것 또한 이분법적인 사고이지는 않은가?

어쩌면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려 드는 것이 더 협소한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이분법적인 사고란 규칙에 대한 것이며, 규칙을 정하다 보면 늘 생각지도 못한 예외와 오류를 만나게 되고 그에 대해 고민하게끔 만든다. 그리고는 다시 정의로 돌아가게 하고 다른 규칙을 짜보게 만드는 것이다.

수학과 코딩을 공부하면 할수록 언어를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은 내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걸 어려워하는지를 끊임없이 일깨워준다. 게다가 수없이 반복되고 마치 진리처럼 떠도는 말들이 그냥 무의미한, 말 그대로 그냥 말에 지나지 않게끔 느끼게 한다. if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분법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 또한. 그렇다면 이분법에 더 많이 고민해보는 쪽이 차라리 더 가능한 목표이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