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ss & Westerfield & Jaffe의 "Corporate Finance"를 보려던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천천히 가기로 작정한 지라 선택한 동저자의 한 단계 디그레이드 버전.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보았던 모든 책들 중에서 아마도 가장 실용적이자- 동시에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순진무구했는지를 실감케 했던 교재.

따지고 보면 전체적인 내용 자체는 엄청나게 간단하다.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이 기승전-수요공급-equilibrium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듯, 재무는 모든 이야기가 기승전-PV(Present Value)로 수렴된다. 즉 무엇이든 현재가치로 환산했을 때 얼마나 가치있느냐를 계산하는 게 다루는 내용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돈을 볼 때 일단 이자율부터 떠올리게 되고, 그리고 세상이 무서워진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 영세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와 관련된 논쟁이 있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 2.2% 정도에서 1.5% 정도로 낮추는 내용이었는데, 이걸 재무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정말 확 달라진다. 재무에서는 이자율을 계산할 때 언제나 연간이자율로 환산해서, 그러니까 일정자금을 사용하는데 얼마나 수익 또는 비용이 발생했는지를 마치 예금금리처럼 계산한다. 그렇게 보면 2.2%의 수수료는 연간 대략 29.8%의 금리가 되고, 1.5%는 대략 19.6%의 금리가 된다.

현재 기준금리가 1.75%, 예금금리가 2.2~2.5% 정도, 그리고 고위험 투자상품군의 수익률을 대략 10%선에서 잡는다는 점을 감안해보자. 일반적인 금융상품의 경우 5%면 눈이 번쩍 뜨이고, 3.5%만 되도 마음이 설레이는 시기가 아닌가. 뭐 보기에 따라 그냥 운영비용으로 보고, 그만큼 편익을 받았으니 그만큼 지불하는 걸 물론 당연하다고 볼 수는 있다. 어쨌든 외상거래에 따르는 위험을 카드사가 지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래도 수수료 인상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형 가맹점들을 보면, 뭐... 역시 XX 대충 그러려니 하는 이들만 당한다는 생각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아무튼 실생활에서도 매우 유용할 뿐더러,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인식에서의 추가적인 소득도 안겨줄 수 있는 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