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혁신적이다. 오픈소스에 가까운 포맷, Creative Commons License로 공개된 전문. 불평등의 문제를 현재의 경제학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제시한 교재답게, "The Economy"에서는 형식에서부터 지식의 공유라는 진지한 고민이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어떠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아주 오랫동안 경제학은 이 질문을 잊어버린 듯 보였다. '인류를 절대빈곤으로부터 구원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진리'를 반복하는 것으로 자기의 모든 소임을 다한 양 만족해왔고, 그러한 진리에 대한 비판을 단지 이미 이루어진 지상낙원에서 살아가면서도 그러한 진실을 깨닫지 못하는 인간들의 한낱 불평불만으로나 여겼을 뿐이었다.

경제의 도약과 팽창을 위해 아주 많은 '사소한' 것들은 침묵해야만 했었다. 인류는 정의justice와 공정성에 대해 침묵해야만 했고, 자원의 원천이자 삶의 터전인 자연환경의 파괴에도 침묵해야만 했다. 정책과 제도에 대한 의문은 허용되지 않았고, 정치권력이 누구에게 어떻게 주어지고 행사되는가에 대해서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미래는 곧 불확실성과 같은 의미가 되었다. 사람들의 삶은 '풍요로운 세상'과는 반대로 점점 더 팍팍해져가는 듯 보인다. 도식적인 법칙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The Economy"는 비록 여전히 주류경제학의 바탕에서 출발하지만, 계량화된 모델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경제학은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호소한다.

"진리"는 변화하는데, 그것은 사회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어떤 주어진 시간에 계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동시대적이다. 심지어 지나간 것까지도 그렇다.
- 이매뉴얼 월러스틴, 나종일 외 옮김, "근대세계체제 1", '서론: 사회변화에 대한 연구', 까치, p.26

세계는 변한다. 그리고 인식도 그에 따라 변한다. 경제학의, 아니 학문의 임무는 그러한 변화 속에서 사람들에게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삶을 꾸려갈 수 있게끔 하는 인식틀을 쌓아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울러 일부의 유용함이 아니라, 인간의 삶 전반에 관심을 갖고 누구라도 그러한 관심에 함께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학문이, 그리고 문명이 스스로의 존재의미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닐까.

따라서 필요한 것은 침묵하지 않고 질문하는 것이다. 이 한 권의 교과서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경제학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하나의 좋은 출발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훌륭한 교과서는 그 자체로 훌륭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존 베일리스 등이 공저한 "세계정치론"이라든지 앨런 브링클리의 "있는 그대로의 미국사"처럼 기성의 권위와 새로운 검토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교재들이라면 더더욱이나 그렇다. 1980년대 이후 점점 고조되는 불평등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경제학 교과서, "The Economy" 역시 그런 텍스트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