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와 엡실론의 천국이라는 말을 정말 실감할 수 있었다. 선형대수학에서의 람다 이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한결같이 쏟아져내리는 델타와 엡실론의 향연에 매우 자주 정신이 혼미해지며 딴짓에 빠져들었다 -_- 해석학을 하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이 무엇보다도 팝을 많이 듣게 되었다라는 것이라니...

선형대수학을 하며 워낙 크게 데였던지라 이번에는 가볍게 -_- Bartle의 교재로 시작했다.
여전히 수알못이지만 감상평을 남겨보자면, 깔끔하고 보기 좋은 구성이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가장 쉽다는 평가에 맞게 정말 미적분학에서 딱 한 걸음만 더 나간 정도라 수학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 그래도 나에게는 역시 마냥 수월치만은 않아서 집합적으로 다시 재정의되는 미적분은 그냥 그 자체로 괴로웠던 게 사실이었고, 특히나 적분 이후부터는 중간중간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시전해야만 했다.

애초의 계획은 Bartle로 예열을 하고 곧바로 그 유명한 Rudin의 PMA로 넘어가는 거였는데, PMA를 펼치자마자 느끼게 되었던 불길한 기운에, 게다가 이대로 계속 델타와 엡실론에 시달릴 자신도 없어서 일단은 접어두기로 했다. 실수선만으로도 -_- 아직은 소화불량.

다만 뭐랄까 단순히 어렵다는 것 말고도 뭔가 좀... 찝찝하기는 하다. 필수적인 기초이고, 그래서 중요하다기에 눈 딱 감고 하긴 했지만, 해석학은 순수한 수학적인 접근에 가까웠고 그래서 너무 구체성을 느낄 수 있는 게 없어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더욱 힘겨웠던 거 같다.

물론 하면 할수록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점점 늘어나는 게 느껴지고, 또 의외로 그냥 일반적인 텍스트를 볼 때에도 은근히 도움이 되기는 한다. 다만 흥미의 차원에서, 순차대로 매끈하게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애초의 계획을 버리고 좀 더 이리저리 좌충우돌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당분간은 확률론이랑 미분방정식을 천천히 하면서, 그동안 관심만 있었던 경제학이나 사회학 등에서의 수학적 접근법도 좀 살펴보고, 뭐 그런 식으로.